정부 책임 하에 집필되는 역사 교과서에서 위안부 문제는 어떻게 기술될까요? 일제의 만행이 상세히 서술되고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단정적으로 기술될까요? 마땅히 그래야 하는데 정말 그럴지는 미지수입니다. 국제사회에서의 비난과 비판을 자제할 뿐만 아니라 국내에 있는 소녀상조차 철거·이전하려는 판이기에 국민의 어이를 상실케 하는 상황이 현실화 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는 힘듭니다.
대한민국은 위독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와 여당은 물론이고 시민들조차 그런 사실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상태가 위중함을 알려주는 상징적 키워드로 세월호, 미친 전셋값, 국정교과서를 꼽을 수 있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자유'라는 단어가 이만큼 수난을 당하던 시절이 또 있었나 싶은 생각을 했다. 꽤 오랜 기간 사회 현안에 대한 각종 토론 자리에 참석했지만, 올해만큼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이들을 많이 맞닥뜨린 시절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면서도 자유주의적이지 않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결국 나는 한국에서 '자유'라는 이름을 쓰며 대중 앞에 나서는 이들 중 상당수는 진짜 자유주의자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자칭 자유주의자'였을 뿐이다. '자칭 자유주의자'들이 2015년에 가장 눈에 띄게 했던 일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지지다.
우리가 "바위처럼" 틀어놓고 율동을 추는 대신 EXID 위아래를 추고, 운송노조 조끼 대신 뉴욕에서 어제 막 도착한 힙 터지는 2015 FW 최신 할로윈 코스튬을 입고 나온다고 해서 경찰과 당국의 태도가 극적으로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평화로운' 시위에 대해서 당국이 어떻게 대해왔는지에 대한 경험치는, 찾아보면 이미 충분히 쌓여있다. 장애인처럼 물리력을 사용하기 힘든 시위자에 대해서도 예외가 없다.